본문 바로가기
영화를 보고 난 후

[두 인생을 살아봐 (Look Both Ways)], 선택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가볍게 보길 추천하는 영화

by 장그래그래 2022. 11. 9.

현실성이 없다 vs 현실성이 있다 (대략적인 줄거리 포함)

 

이 영화는 임신에 이어 출산을 '선택'하고 또 반대로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는 22살의 나탈리의 두 인생의 평행 현실을 보여준다.

엄마가 되기로 결심한 나탈리는 본인이 하고 싶던 애니메이션 일러스트레이터의 꿈을 접고 육아에 매진하게 된다. 다행히 부모님 집에 지내면서 아이의 아빠이자 친구인 게이브와 함께 공동육아를 한다. 아이가 태어나고 꿈을 잃은 채 엄마의 삶으로 잠식된 자신의 모습이 좌절스러운 나날도 있지만 그 옆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게이브와 부모님, 그리고 친구에게 힘을 얻으며 아이를 키운다. 어느덧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정도의 나이가 되고 비로소 자신의 꿈과 다시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된 나탈리는 다시 펜을 잡고 그림을 그리게 되고, 육아를 바탕으로 써낸 애니메이션이 공모전에 당선된다. 그 후 영화는 마음이 애써 외면했던 게이브에 대한 사랑도 다시 확인하게 되고 자신의 꿈과 사랑을 얻게 된 '엄마 나탈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 다른 '학생 나탈리'는 졸업후 친구와 함께 취업을 위해 LA로 떠난다. 그곳에서 취업 준비를 하며 작은 도전을 내게 되면서 그녀가 존경하는 애니메이터가 대표로 있는 회사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커피를 내리는 일부터 작은 보조일을 하며 꿈을 키워가던 중 자신이 입사할 때 도움을 주었던 제이크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연애도 하며 원하는 곳에서 일을 하며 행복한 날들을 지내는 나탈리에게도 장거리가 된 연애와 해고라는 위기가 찾아온다. 낙담하고 슬퍼하지만 이내 다시 꿈을 위해 매진하게 되고 그녀가 그린 애니메이션이 공모전에 당선되게 된다. 그곳에서 그녀의 공모전 소식을 듣고 단숨에 날아온 제이크와 재회하고, 그녀의 작품을 인상깊게 본 해고당한 회사의 대표의 제안을 듣는다. 다시 일도 연애도 찾은 나탈리의 행복한 모습을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사실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세세한 부분이다. 재력이 있는 부모님의 도움과 육아로 힘들 때마다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제이크의 모습이 현실 세계에서는 보기 드물다.  영화 속 인물들의 캐릭터가 각자 독립성과 자립성이 두드러지는데, 매번 선택의 기로에서 자신이 선택하고 책임지는 모습은 바람직한 이상 같았다. 정말 뜻하지 않은 갑작스러운 임신이라는 소재를 제외하면 너무나 완벽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선사하는 굵직한 주제는 매우 현실적이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어떤 선택을 하던 좌절과 행복은 있다는 내용이다. 앞으로도 살아갈 인생에서 얼마나 많은 선택사항들이 남았는지 생각하면 지겨울 정도다.

하지만 우리는 매번 새롭고 수많은 선택지들 가운데 결정을 해야 하며, 이에 포기하는 것과 책임 그리고 행복이 같이 온다.

때문에 크게 불행한 삶도 너무나 행복한 삶도 없다. 그저 나의 의사결정에 다른 갈래길로 가는 긴 여정일 뿐이다.

이러한 부분에서는 평행 현실을 보여준 영화의 연출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실제로 상상만 했던 "이랬으면 어땠을까"를 눈으로 직접 확인시켜주는 영화였다.

 

나였으면 어땠을까?

나탈리와 나의 다른 점이 눈에 보였다.

어찌 되었건 선택의 주제는 항상 다르고 새롭기 때문에 나는 그녀가 그 선택을 하게 되는 과정과 하고 난 후의 모습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고민할 시간을 가지고 결정을 내린다. 그리고 본인의 결정을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한다.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조심스럽지만 정확하게 도움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현 상황에서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상대방에게 본인의 생각을 전달한다.

영화 속에서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겠다고 결심했을 때, 그녀는 졸업한 학생이기 때문에 부모님의 도움을 받는 것이 최선이었다. 이에 나탈리는 부모님에게 아이를 낳을 거라고 얘기하고 집에 같이 지내도 되냐고 물어본다. 탐탁지 않았지만 부모는 그녀에게 공간을 마련해주고, 나탈리는 아이를 낳고 키운다. 시간이 지나고 아이가 어느 정도 컸을 때, 나탈리는 아이를 제이크에게 맡기고 LA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간다. 하지만 LA에 도착하고 얼마 안 있어 아이에게 전화가 온다. 나탈리도 모르는 보모와 같이 있고 어젯밤도 같이 지냈다는 것이다. 제이크에게 잔뜩 화가 난 나탈리는 곧바로 짐을 챙겨 아이에게 간다.

이때 친구는 너무 아쉬워하며 눈물까지 글썽이며 꼭 가야겠냐고 하지만 나탈리는 단호에게 본인의 우선순위는 아이라고 말하고 매정하게 떠난다.

나는 이런 나탈리의 모습들에서 나에게 부족한 면들이 보였다. 나였으면 부모님께 우물쭈물 이야기하며 도와달라고 똑 부러지게 말하지 못했을 것이며, 아쉬워하는 친구에게 갈팡질팡 하며 아이도 친구도 어느 하나 완전하게 챙기지 못했을 것 같다. 이렇게 나탈리도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친구에게 미안해하고 부모님의 눈치를 보며 혼자 있을 땐 꿈을 잃었다는 답답함에 눈물을 흘리는 어느 사람들과 다름이 없는 모습도 영화에서 볼 수 있다.

나도 그녀의 '당당함'이 부러웠지만, 결국 다 같은 사람이며, 어떤 선택을 해도 아쉽고 슬프고 답답한 마음이 있기 마련이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두가 그렇게 살아간다. 그렇기에 본인의 선택에 있어 기쁘고 행복하고 설레는 감정이 따라온다는 것도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부정적인 것은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것을 극대화하고 싶어 하는 모두의 마음처럼, 나탈리도 나도 최선의 선택을 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더불어 내가 그렇게 선택한 거라면, 온전히 나의 선택이고 다른 사람들의 말을 적당히 흘러 듣는 것도 필요하다. 때문에 선택을 할 때는 정말 나의 마음에 깊이 기울여야 하고, 나의 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삶을 살아가는데 모두에게 가장 따뜻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