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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난 후

[인피니트 스톰 (Infinite Storm)], 실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 오늘 하루를 살아냈다면 그걸로 되었다

by 장그래그래 2022. 11. 10.

오늘 하루를 보냈다는 것만 해도 잘 살았다 (줄거리 및 결말 포함)

팸은 뉴햄프셔주에서 산악 구조대로 일하고 있다. 팸은 평소 일을 하면서 매년 언제나 같은 날에 산에 오르는데, 날씨가 좋지 않아 동료직원은 그녀를 만류하지만 괜찮다며 산으로 향한다. 주차장에 도착한 팸은 자신외에 두 차량이 주차되어있는 것을 보게 된다. 한대는 곧이어 내려오는 커플의 차량이었지만 다른 한대의 주인은 누군지 모른다는 커플의 말에 궁금하지만 이내 산에 오르기 시작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거센 눈보라가 치기 시작하고 팸은 서둘러 산을 내려가려다 구덩이에 빠지게 된다. 구덩이를 벗어나려 노력하지만 너무 깊고 추운탓에 서서히 힘이 빠지고 정신을 잃어갈 때쯤에 그녀는 두 딸을 보게 된다. 딸들을 생각하며 다시 정신을 차리고 구덩이를 빠져나온 팸은 곧이어 희미한 소리를 듣게 되고, 누군가 구조요청을 하는 거이라 생각된다. 산을 헤매며 소리의 근원을 찾던 중 운동화로 보이는 발자국을 발견하게 되고, 이윽고 반바지만 입고 꼼짝도 안하고 앉아있는 존을 발견하게 된다.

그의 몸은 너무나도 차가웠고 팸은 그에게 옷을 다시 입히고 몸을 녹이며 산에서 내려오려 하지만 좀처럼 그는 살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절벽을 향해 달려가 떨어지고, 물속에 휩쓸려 떠내려가지만 그녀는 그를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같이 산에서 내려오려 한다. 마침내 그들은 살아서 산을 내려오지만 존은 그녀에게 한마디도 없이 차를 타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그녀는 허무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와 쓰러져 잠에 든다. 며칠 후 자신보다 큰 남성을 살려 산에서 내려온 그녀의 이야기는 뉴스를 타게 되고, 팸은 존을 만나게 된다. 존은 사실 1년 전 잃은 여자 친구에 대한 그리움으로 삶의 이유를 잃고 여자 친구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산에 올라간 것이었으며, 도대체 살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팸에게 묻는다. 팸은 이에 가스 누출로 자신이 두 딸을 잃었으며, 딸들에게 구하러 가겠다고 말했지만 구하지 못했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존에게 고백한다. 사실 팸이 산을 오른 그날은 딸들의 기일이었으며, 이를 들을 존은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다시 산의 정상에 오르는 팸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난다.

 

계속해서 스스로 목숨을 버리려는 존, 그를 끊임없이 구하는 팸

살려내면 다시 절벽으로 달려가 뛰어내리고, 다시 또 살려내면 물속에 휩쓸리고는 존이 무기력함에서 자꾸 벗어나지 못하는 내 모습 같았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포기하지 않고 그를 살리려고 노력하는 팸이 모습 역시 나를 보는듯했다.

어쩌다 일을 쉬게 되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도대체 시도조차 하지 못해 울고 누워서 핸드폰만 하다가 잠만 자는 때가 있었다. 그런 내가 너무도 한심하게 느껴지고 이제는 제발 좀 일어나라고 스스로를 다그쳐도 좀처럼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 내가 너무도 미웠다. 나 스스로 맛있는 것도 먹어보고 햇살을 쬐면 좋다는 말을 듣고 억지로 씻고 카페도 갔었다. 결국 나 스스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절정에 달 했을 때 차라리 이 세상에 없는게 낫겠다는 말이 내 머릿속에 퍼지기 시작했다울며 겨자 먹기로 친구의 추천으로 상담을 받으면서 호전되었지만, 그때 의사 선생님은 우울증이니 언제 또 감기처럼 올지 모른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자꾸 더 깊고 끈 쩍 하고 어두운 나락에 빠지려는 나를 구하려고 애썼던 건 '나 자신'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끊임없이 더 우울해지고 싶은 '나'와 누구보다 간절하게 일어나길 바랬던 사람도 '나'라는 것이 아이러니 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삶이구나 싶다.

항상 행복한 일만 있을 순 없는 것처럼 또 항상 불행한 일만 있지도 않다. 그리고 그런 상황들 곁에 항상 있어주는 건 절대적으로 '나' 뿐이다. 아무도 그 나락이 얼마나 색이 까맣고 질척거리며 나를 잠식하는지는 '나' 말고는 모른다. 그래서 어쩌면 그런 내가 끄집어 내줄 때, 순순히 따라가 준 것은 그만큼 나를 이해하는 마음은 '나'뿐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그 감기가 올 때를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다. 그 지독한 감기에 걸리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나의 손을 잡고 있는 것뿐이다. 더 이상 깊이 빠지지 못하게, 빠질 구멍조차 내게 보이지 않게 내가 나를 잡고 있으면 다시 좋은 일이 올 거라는 믿음이 있다.

지금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눈을 감고 '웅크린 나'를 뒤에서 '안아주는 나'를 상상해보았으면 좋겠다. 그 상상만으로도 조금은 나아진 기분을 느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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