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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난 후

[더 베어 (The Bear)], 되는 일 하나 없다고 느껴진다면 꼭 봐야 하는 드라마

by 장그래그래 2022. 11. 10.

하루를 사는 것조차 힘에 부친다고 느낀다면 꼭 추천하는 드라마 

일상을 살아가는 삶에 대해 보여주는 드라마이지만, 잔잔하게 풀어나가는 장르를 기대했다면, 다른 드라마를 추천한다.

크게 식당을 운영하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부딪히고 시간에 쫓기는 장면이 많기 때문에 우당탕탕 흘러가는 스토리가 많다. 하지만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이 서로 풀어나가는 이야기가 극적이거나 드라마틱하지않아 인물들에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고, 또 그만큼 몰입도가 있으니 끝까지 쉼 없이 보게 되는 매력이 있다.

이 드라마는 크게  한 때  유명한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잘나가는 셰프로 주목받았던 카미가, 형 마이클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어 엄마로부터 물려받은 샌드위치 가게를 운영할 사람이 없자 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직접 메뉴를 개선해나가며 키친 사람들과 더 분발해서 식당을 지켜나가고자 하는 카미와 이를 불편하게 여기는 형의 동업자 리치와의 갈등부터, 키친에서 요리하는 직원들과의 마찰과 하나하나 풀어나가면서 서로를 알게 되고 인정하게 되는 과정을 정말 재미있게 풀어낸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캐릭터들의 개성을 뚜렷하게 잘 살려,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악인이 따로 없어 현실에 꼭 있을법한 인물들로 모두에게 공감이 되었다.

총 시즌1은 8부작의 드라마로 현재 시즌2 제작이 확정되었다고 하니 꼭 시청하길 추천한다.

 

실수는 분명 또 할 수밖에 없다.

극 중 키친 직원의 실수로 식당 전체의 전기가 나가는 일이 벌어지고 만다. 모든 직원이 급하게 냉동실에서 음식을 꺼내고 카미는 동생 남편에게 아이스박스를 빌린다. 가게에서 음식을 팔 수 없어 맞은편 공터에 불을 지피고 임시 테이블과 천막을 치고 그날 장사를 하게 된다. 이때 이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해 길에 주저 않고 자책하는 직원에게 카미는 이렇게 말한다. "앞으로 또 실수하게 될 거예요. 근데 그건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일이에요."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상사가 현실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몇 달 전 그만둔 회사에서 있었던 일들이 생각났다. 촬영장에서 대부분을 보냈던 나는 현장이 돌아가는 모습이 꼭 카미의 식당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느 분야에서나 마찰이 있고 대화의 오류가 있고 일이 망하는 일들은 어디에나 있다는 나의 신념에 다시 한번 힘이 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다른 게 있다면 '탓'이다. 일이 잘못되었을 때 언제나 나는 해결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후에 다시 실수는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팀원에게 조언 아닌 잔소리를 하고, 그게 나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적어도 남 탓은 안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수는 인정하지 않았다. 한 팀원이 한 번의 실수 후에 같은 실수의 반복을 저질렀을 때는 정말이지 팀을 위해, 나를 위해 그만두어 줬으면 하는 마음이 컸던 것은 사실이다. 시간이 지나 그 친구가 가끔 생각이 난다. 내가 그때 그에게 모진 말을 했던 것도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다시 돌아간다면 나는 그 친구에게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할까.내가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그 친구를 위하면서도 나 자신도 동시에 보듬었을 말을 알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카미에게서 종종 내가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 상사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때마다 나는 어떤 방식으로 팀원을 대했는지도 돌이켜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 모두의 시즌2가 시작 되길 바란다

사실 아직까지 답은 모르겠다. 그래서 빨리 시즌2가 나왔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최악의 상황을 해결한 뒤 잘 될일 밖에 없는 카미에게 또 어떤 시련이 올지, 그것을 또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보고 싶다. 삶을 오래 산건 아니지만, 살아갈수록 느끼는 건 내가 만드는 영화나 드라마가 내 현실과 다를 바가 하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드라마나 영화를 그냥 재미로 흥미로만 보질 않는다. 나의 인생 시즌2는 또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도 기대되면서 두렵고 설레면서 무섭지만, 모두가 자신의 영화와 드라마를 찍고 있다고 생각하면 적어도 외롭지는 않다. 

앞으로의 우리의 영화와 드라마에도 분명 실수는 있고 시련도 있고 상처도 눈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도 나도 카미도 앞으로의 시즌2는 조금 덜 슬프고 덜 화나고 어쩌면 극적인 행복도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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